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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유능한 교수 데려오기 힘들고…수억원대 기자재는 엄두 못내"
-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9-09-23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9/753803/
"유능한 교수 데려오기 힘들고…수억원대 기자재는 엄두 못내"
기사입력 2019-09-22 17:07 최종수정 2019-09-22 21:05
반값 등록금에 피폐해진 대학
등록금 60% 인건비로 나가고
교내장학금·고정비 지출 빼면
교육 여건 개선엔 10%도 못써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시대
낡은 실험실 기자재 보면 한숨"
적자 보전하거나 운영비 충당
대부분 사립대 적립금 까먹어
◆ 대학 등록금 동결의 덫 ◆
"정부도 알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학 대부분이 고사할 거라는 걸요."
지방의 A사립대 기획처장은 반값 등록금 11년 차에 접어든 현재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학이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라고 한다면, 지금 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암담하다 못해 처절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자체를 줄여 주겠다는 본래 취지에만 매몰돼 정작 교육환경이 어느 정도로 피폐해졌는지는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본지가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반값 등록금'이 어느 순간 '묻지마 반값 등록금'으로 변질돼 학생들을 되레 퇴화시키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을 위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학들이 말하는 등록금 동결에 따른 폐해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유능한 교수와 교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 노후화된 학내 시설이나 실험·실습 기자재를 교체하거나 개·보수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만 매몰돼 정작 대학 본연의 역할은 약해지는 분위기 등이다.
또한 정원을 채우기 위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해외 유학생을 데려오는 '묻지마 학생 모집'이나 학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현실도 등록금 동결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힌다.
경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등록금 회계에서 60%는 인건비로 나간다"며 "나머지 40% 중 절반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교내 장학금으로 내놓는 데 쓰이고, 시설물 유지 등 고정비용 역시 아무리 못해도 10% 이상 지출되는 상황에서 그 이후에 남는 부분이 교수 연구 지원이라든가 학생 실습 지원 등 교육환경 개선에 투입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즉 등록금 회계의 10%도 안되는 예산만 교육 여건 개선에 쓰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학에선 한 학과 1년 예산이 5000만~1억원이 채 되지 않는 곳이 즐비하다. 통상 실험·실습에 사용되는 기자재 가격이 한 대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넘나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 목적의 투자는 쉽사리 엄두를 낼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흐름에 발맞춰 교과 과정을 편성하고 관련 실습 환경을 갖추려면 그만큼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은 등록금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일선 대학가에선 전임 교원을 '비정년'으로 선발하는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의 질도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많은 대학들이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교수들을 많이 뽑고 있는데, 전략상 유능한 비정년 전임 교수를 일부 선발하는 것은 한두 분야에서 좋을 수 있다"면서도 "교원 체계 대부분이 그렇다면, 전반적인 강의 질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각 대학이 미래에 발생할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고 모아둔 적립금마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실제로 신입생 모집이 수월하지 않은 사립대 사이에선 그간 쌓아둔 적립금을 적자 보전 및 대학 운영비로 충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9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교비회계 적립금은 7조8260억원(결산 기준)으로, 전년(8조48억원)보다 1788억원(2.2%) 줄었다. 현재 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2015년부터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대학은 "대학들이 적립금만 쌓아둔 채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대학 외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 주류 대학에 국한된 얘기"라고 해명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제외하고 대학들이 학교 밖에서 돈을 받아 올 수 있는 게 (정부 재정지원 사업 외에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이진한 기자]
등록금 60% 인건비로 나가고
교내장학금·고정비 지출 빼면
교육 여건 개선엔 10%도 못써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시대
낡은 실험실 기자재 보면 한숨"
적자 보전하거나 운영비 충당
대부분 사립대 적립금 까먹어
◆ 대학 등록금 동결의 덫 ◆
"정부도 알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학 대부분이 고사할 거라는 걸요."지방의 A사립대 기획처장은 반값 등록금 11년 차에 접어든 현재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학이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라고 한다면, 지금 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암담하다 못해 처절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자체를 줄여 주겠다는 본래 취지에만 매몰돼 정작 교육환경이 어느 정도로 피폐해졌는지는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본지가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반값 등록금'이 어느 순간 '묻지마 반값 등록금'으로 변질돼 학생들을 되레 퇴화시키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을 위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학들이 말하는 등록금 동결에 따른 폐해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유능한 교수와 교직원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 노후화된 학내 시설이나 실험·실습 기자재를 교체하거나 개·보수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만 매몰돼 정작 대학 본연의 역할은 약해지는 분위기 등이다.
또한 정원을 채우기 위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해외 유학생을 데려오는 '묻지마 학생 모집'이나 학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현실도 등록금 동결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힌다.
경북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등록금 회계에서 60%는 인건비로 나간다"며 "나머지 40% 중 절반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교내 장학금으로 내놓는 데 쓰이고, 시설물 유지 등 고정비용 역시 아무리 못해도 10% 이상 지출되는 상황에서 그 이후에 남는 부분이 교수 연구 지원이라든가 학생 실습 지원 등 교육환경 개선에 투입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즉 등록금 회계의 10%도 안되는 예산만 교육 여건 개선에 쓰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학에선 한 학과 1년 예산이 5000만~1억원이 채 되지 않는 곳이 즐비하다. 통상 실험·실습에 사용되는 기자재 가격이 한 대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넘나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 목적의 투자는 쉽사리 엄두를 낼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흐름에 발맞춰 교과 과정을 편성하고 관련 실습 환경을 갖추려면 그만큼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은 등록금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일선 대학가에선 전임 교원을 '비정년'으로 선발하는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의 질도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많은 대학들이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교수들을 많이 뽑고 있는데, 전략상 유능한 비정년 전임 교수를 일부 선발하는 것은 한두 분야에서 좋을 수 있다"면서도 "교원 체계 대부분이 그렇다면, 전반적인 강의 질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각 대학이 미래에 발생할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고 모아둔 적립금마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실제로 신입생 모집이 수월하지 않은 사립대 사이에선 그간 쌓아둔 적립금을 적자 보전 및 대학 운영비로 충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9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교비회계 적립금은 7조8260억원(결산 기준)으로, 전년(8조48억원)보다 1788억원(2.2%) 줄었다. 현재 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2015년부터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대학은 "대학들이 적립금만 쌓아둔 채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대학 외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 주류 대학에 국한된 얘기"라고 해명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제외하고 대학들이 학교 밖에서 돈을 받아 올 수 있는 게 (정부 재정지원 사업 외에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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